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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

새롭게 다가온 겨울방학

아이들 겨울방학 중이라 삼시 세끼를 차려주고 있다.
지난번 여름방학까지만 해도 아이들 밥 차리는 것도 힘들고,
계속 집이 어지럽혀지는 것도 싫고
나만의 자유시간이 없는 것도 힘들고 짜증이 났다.
근데 이번 방학은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다. 
분명히 뭔가 변화가 있다.
 
일단 첫 번째 요리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오늘 아이들에게 차려준 밥상!  정말 단출한 점심 식사다. 그래도 모두 다 직접 요리했다. 
무생채, 불고기, 된장찌개, 잡곡밥.. 물론 난도가 낮은 음식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저 음식들을 직접 차리는 게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난 내가 모두 다 차렸다는 게 엄청 뿌듯했다. 
사실 여태까지 나에게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일이고 약간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렵고 복잡한 느낌이었다. 요리가 재밌다는 사람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요리는 엄마라는 책임감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일이었다.
막연하게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덤벼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메뉴도 인공조미료를 사용한 밀키트, 인스턴트등을 많이 주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이왕 일 안 하고 육아에 집중하는 거, 프로주부가 되어보자!
프로주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격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요리 일 것이다.
먼저 요리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 "요리는 어렵지 않다!!"  "요리는 쉽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어렵다. 처음부터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한 가지 요리를 정해, 레시피 찾아서 해본 뒤 며칠 지나서 또 해보는 식으로 반복해서 만들어보자. 
그렇게 하나 보면 그 요리가 익숙해질 무렵,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요리도 어느 정도 텀을 두고 반복해서 만들어보자. 
영상을 보지 않고도 양념이 기억날 정도로 연습을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반복해서 만들어봤더니, 기본 베이스가 되는 양념들이 비슷비슷했고, 점차 맛도 가늠이 되었다.
오........ 신기해!! ㅡㅁ ㅡ 요리도 연습하면 되는구나!
이제는 요리가 나름 재미있다. 오늘 점심에 먹은 불고기도 슈퍼에 가서 갈아 만든 배를 사 와서 넣었더니 사제양념보다 훨씬 맛있었다. 뿌듯했다. 조금씩 요리가 재미있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아이들 삼시세끼 차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루틴화를 시켰다.
방학 초에 미리 매일 할 일을 계획해 보았다.
나도 아이들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매일 할 일에 대한 루틴이 정해져 있고, 위클리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하루를 미리 계획하고 그 안에서 돌아가니 마음이 편안하다.
작년에는 pds다이어리를 사용했고 올해는 불렛저널 다이어리를 사용 중이다.

불렛저널만년 다이어리

 
pds 다이어리가 너무 무거워서, 대충 검색해 보고 바꿨는데 쏘쏘이다. 
전날 저녁에 다음날 하루 일정을 미리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일정이 무조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굵지가 큰 일들을 대부분 계획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하루를 보내면서 허둥지둥거리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하루를 미리 계획하지 않을 때는 아이들 일과만 쫓아다니다가 나를 위한 시간을 하나도 못 보내고 끝나버렸다. 속상하고 억울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일상을 루틴화 시켰더니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라도 나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다. 
'일상의 루틴화' 이것은 정말 중요했다.
비록 나는 회사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전업주부지만, 
살림, 육아, 운동, 독서, 일기, 글쓰기, 산책, 집청소, 빨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영어공부, 신랑과 독서토론, 요리시간... 
모두 루틴화 할 수 있다.  아니해야만 한다. 
지금 나에게 최우선 가치가 아이들 육아이기에, 일을 안 하고 있지만 나를 위한 투자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이 두 가지가 아마도 올 겨울방학이 나에게 다르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 일 것이다. 
 
 
 
이것은 방학이든 학기 중이든, 뭐 마찬가지로 중요한 2가지이다. 
지금은 나에게 있어 '잠시 멈춤'이다. 결코 그냥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도광양회! 훨훨 날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성장하는 중이다. 
영어공부, 운동하기, 독서하기, 그리고 산책하면서 삶에 대해 사색하고 지혜와 통찰력 키워나가기, 
늘 넓고 깊이 있게 보면서 삶의 방향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
늘어지면 안 된다. 긴장해야 한다.
미래의 나의 모습과, 정해진 기간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 나가야 한다. 
나는 고인 물이 아니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명심하자. 
 
그렇다고 무조건 일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챗바퀴 속의 다람쥐가 되기는 싫다. 
넌 왜 일 안 해? 아이들 다 컸는데 왜 집에만 있어? 넌 집에서 맨날 뭐 해?
예전엔 내가 뭘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되는 줄 알았다. 집에 있다는게 부끄러웠다. 일 안 하는 내가 잘못된 줄 알았다.
당장 나가서 커피숍이나 편의점 알바나, 마트 시식 알바 같은 거라도 좀 해봐. 
맞다. 뭐라도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지금 약간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단 몇 개월만이라도 길게는 몇년만이라도 나의 집중력을 한 곳에 모으고 싶다. 그 집중력의 과녁은 독서다.
그냥 독서 말고 치열한 독서와 글쓰기.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이야기를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김병완 작가님, 3년 동안 만권의 책을 읽고 2년 동안 50권의 책을 지필 했다. 그리고 삶이 달라졌다고 하신다.
안상헌작가님, 일본작가 사이토 다카시, 고명환 님 역시 교통사고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책을 통해 제2의 삶은 살고 있다. 그 외에도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나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내가 일을 쉬게 된 1차적인 이유는 물론 육아 때문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독서를 하다 보니..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나도 한번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무슨 꿈이냐고? 글쎄,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다시 태어나서 뭘 할 건데?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서 결국 돈을 벌어야 될 거 아냐? 뭘로 돈을 벌건데?
글쎄.. 아직은 모르겠어. 모든 게 막연해. 그게 사실 가장 날 힘들게 하고 있어. 
그 막연함이. 모든 게 뿌옇기만 해. 불확실한 미래.
이러다가 그냥 아무것도 되지 않고 끝나버리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  그래도 이 길로 한번 가보고 싶다.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보고 싶다.
don't stop
keep going.  
대학교 때 자주 되뇌었던 말이다.

그 길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결국은 뭐 이러나저러나 죽음이 있겠지만..
죽음 앞에서 그나마 미련이 덜 남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 이 길로 나아가보겠음.. to be continued! 
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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