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판을 잃어버렸다.
아니 원래부터 나의 삶에 대한 나침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들이 가는 길, 남들이 옳다고 하는 길,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
그게 나의 나침판이었다.
사십 평생, 나의 선택에 기준은 늘 남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믿었다.
이건 온전히 나의 선택이고, 나를 위하는 길, 나를 성장시키는 길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2년전부터 독서모임을 다니며 치열하게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의 장점은 무궁무진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나와의 대화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내면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둔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즉, 깊은 자기 성찰을 해보게 된다.
덕분에 지난 2년동안 독서를 하면서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사실 내가 본 나는 늘 방치되어있고 사랑받지 못해 내면에 공허와 우울이 짙게 깔려 있는 상태였다.
누군가에 늘 사랑과 관심, 인정 따위를 갈망했다.
나아가 그 대상이 나를 떠날까 불안해하며 그 불안은 결국 거절 못하는 호구같은 인간을 만들었다.
이런 불안전한 자아는 인간관계를 깊이 맺지 못하고 또 거절하는 법을 몰라 사람들에게서 나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리저리 만신창이가 된 나는, 나에게 있어 제일 약하고 만만한 대상이 아이들에게 그 스트레스와 울분을 풀어냈다. 난 건강하지 못한 인간이자 엄마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점차 최악의 상황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 되어가고 있다.
독서를 통한 꾸준한 자기성찰로 지금은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자아인식이 되었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전에는 나침판이 없어도 남들이 옳다고 하는 그 방향만 따라가면 되었다. 내가 주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채 그냥 죽어라 달렸다.
비록
삶의 마지막 순간, 약간의 후회가 남을 지언정 머릿속은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열심히 살면 되었다. 남들 말하는 성공적인 삶,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맹목적으로 달려나가면 되었다.
지금은?
지금은 아니다. 내 삶을 살고 싶어졌다.
내가 원하는 목표, 내가 원하는 꿈을 꾸고 싶다.
40년 인생을 살면서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 느낌이다.
그냥 다시 백지가 된 기분,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늘 장단기 목표를 정하고 그걸 힘겹게 이뤄나가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성취한 뒤에 오는 만족감으로 나의 존재감을 느꼈다.
지금은 아무런 목표가 없다. 목표를 세울수가 없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건 무엇인가? 가끔은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한 것이다. 늘 달리던 사람이 달릴 이유를 잃었다. 삶의 의미가 없다.
예쁜 아이들과 따뜻한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공허함, 무기력함 뭘로 채워야하나?
아이들 육아에 집중하고 싶어서 일을 쉬고 있다. 그 이유 때문일까? 당장 아무일이나 해봐야되나
미쳐버리겠다. 가슴이 답답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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