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아들의 반전학교생활, 그리고 엄마 삶의 방향 조정
친구 엄마에게 우연히 아들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은 4학년이다.
잘못을 해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상황에서 책상 아래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뭐지? 싶었다.
장난기가 좀 있고 행동이 크긴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을 알고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바로 선생님과 통화했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4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다며 큰 문제행동은 아니라서 연락을 안 했다고 하셨다.
내가 아니라고 그 정도면 정말 예의가 없는 문제 행동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저한테 말씀을 해주셔야 제가 제대로 가르치고 행동교정을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으면 꼭 말씀해달라 강력하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봇물 터지듯
3개월동안 아이의 문제행동을 줄줄이 이야기 하셨다.
1.쉬는 시간에 하던 활동(종이접기등)을 수업이 시작해도 바로 정리를 못한다. 바로 말해서는 듣지 않고 최대 다섯번이상 말해야 겨우 정리한다. 덕분에 수업시간은 늦어지고 모든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자기조절력, 참을성 부족)
2.이동수업시, 급식실 이동시 딴짓을 하다 가장 늦게 줄을 선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서는 게 아니라 새치기를 한다. (공동체 생활 어려움, 규칙준수 안됨)
3.모둠활동으로 게임을 진행할때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참지 못하고 답을 말하거나 카드를 가져가거나 반칙을 자주 한다. (자기조절력부족, 규칙 준수 안됨)
4.다같이 리코더 연주하는데 피아노 반주를 시켰더니 아이들 리코더 소리는 전혀 신경 안쓰고 혼자 너무 빠르게 쳐서 아이들이 리코더 연주를 맞출 수가 없었다. (배려심 부족)
5.회장이 자리에 앉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회장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선생님께 보고하면 우리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회장을 탓하고 비난하며 선생님께 회장이 잘못했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남탓, 자기반성안됨)
6.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혼자 계속 독점적으로 말하고 싶어한다. 매번 시켜줄때까지 손을 든다.
안 시켜주면 다른 친구가 말하기 전에 자기가 답을 말해버린다. (지나친 인정욕구, 관심 받고 싶은 마음)
와.. 선생님 여태 전화 한번도 안 주셨으면서.. 내가 여쭤보니까 이제서야
위에 여섯가지를 한번에 쭉 읊으셨다.
그리고 결정적 한마디,
어떤 날에 우리 아이가 왠일로 바르게 행동을 하면,
반 아이들이 00이가 오늘은 왠일로 바르게 행동했어요 라고 말한다고 했다.
뭐냐... 반에 한명씩 있는 그런 꼴통으로 낙인된건가?
선생님에게도 반 친구들에게... 벌써 이미지가 굳혀버린걸까?
이 지경이 될때까지 왜 난 몰랐던 것인가..
모든 잘못은 제대로 못 가르친 나에게,
아이의 마음에 어떠한 결핍욕구를 만든 나의 잘못이다.
알지만 우리 아이가 저런 취급을 받고 있었다니..
책상 아래 들어가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전혀 몰랐다.
집에서 늘 혼내키고 해야 할일들을 강요하기만 했다.
가끔 아이가 나에게 부탁하는 일은 귀담아듣지도 않고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늘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지 않았고,
맨날 교실에서 걱정거리, 웃음거리가 되었던걸까?
하아..
그렇게 상처받고 집에 왔을텐데,, 엄마인 나도
그 아픈 마음 전혀 몰라주고 또 윽박지르고 혼내기만 했다.
우리 아들 좀 외로웠을 것 같다.
마음 기댈 곳이 아무데도 없었을 수도 있겠다.
난 그 와중에
책 읽는다 운동한다 제테크 공부한다. 자기 계발한다. 어쩐다.. 바빠서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선생님과 처음 통화한 건 지난 주 수요일이었다.
매일밤 눈물이 났다. 입맛도 없고 음식을 먹어도 얹힌것 같았다.
나도 문제고, 선생님께도 좀 서운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문제를 정리하자면
1. 규칙 준수 안됨
2. 선생님 지시 사항이 잘 수행 안됨
3. 남은 비난하고 자신의 잘못 인정 안함
4.자기조절력 부족 (기다리고 참는 힘이 부족함)
5. 배려심 부족
6.선생님에 대한 예의 부족
주변 엄마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또래 엄마들은 나름 심각했고
고등,대학생 엄마들은 별일 아니라고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그 정도에 벌써 힘들어하면 앞으로 못 버틴다고 .. ㅎㅎ;;
암튼 내가 아들 어렸을때부터
참고 기다리는 법을 너무 안 가르친 듯 하다.
또 아이에게 엄마가 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라는 메시지 전달과
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의 아들이야 라는
기본적인 마음이 전달되지 않게 행동했다.
솔직히 늘 아이를 귀찮아했고
너 때문에 일이 잘못됐어
너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너 때문에 잠을 못자
너 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 때문에,, 육아를 시전하며
늘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제대로 사랑을 주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것 이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하는 지적질,잔소리가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을리가 없었겠지..
그러니 행동교정이 전혀 안되고
정글북 모글리처럼 교실에서 행동했던 것이다.
많이 울었고 많이 고민했고
주변에 많이 물어봤다.
선생님이신 어떤 엄마는
1~3학년때까지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행동이 좀 크고 규칙준수가 다소 안되도 저학년이기에 이해해주시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근데 이제 고학년으로 들어가는 문턱인 4학년부터는 확실하게 통제하고 종전보다 엄하게 아이들을 다루는 편이라고 하셨다.
케바케겠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4학년때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하다가 보통은 그 통제권안에 들어오고 이후부터 좀 더 정적이고 잘 앉아서 중고등학교 학교생활을 잘 이어간다는 것이다.
4학년 과도기에 적응하느라 아들이 힘든 모양이다.
이 이야기는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다.
이쯤에서 정리하자.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아들에게 여태 엄마로써 얼마나 자질 부족인지.
아들에게 사랑보다 아픔을 주고 있었다는 걸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또 내가 아이와 갈등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제대로 행동교정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를 매우 힘든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아이가 사회생활을 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먼 훗날 아이에게 큰 어려움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나의 인생을 조금 뒤로 미뤄놓고
일단 아이들을 최우선 순위에 놔야겠다.
내가 결혼을 선택했고 부모가 되는 일을 선택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뭐 그렇게까지 올인할 필요가 있냐,
엄마의 일도 같이 하면서 해도 아이들은 잘 큰다고 하겠지.
근데 그렇게 잘 하는 사람도 있고 안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난 완전 후자인듯,,, ㅠㅠ 멀티 안됨
여태까지의 삶과 조금 다른 색깔로 살아봐야겠다.
뭔가 배우고 도전하고 이루고 성취하고
끊임없이 나를 성장시키고 내면을 채우고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고,
사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내달렸다.
그런 와중에 아이는 11살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가 아니라
어딘가에 그냥 덩그러니 혼자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다.
정신차리자.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나가자.
일단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자.
많이 사랑해주자.
그리고 하나씩 행동을 교정해나가자.
그렇게 엄마도, 아이도 매일 조금씩 성장해나가면
우리는 결국 건강하고 내면도 단단한 그런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 ㅎㅎ
암튼 정신줄 부여 잡고
우선순위 항상 잊지말자!